짚신도 짝이 있다, 그러면 짚신 벌레는?

우리 속담에 짚신도 짝이 있다라고, 누구에게나 맞는 짝이 있다는 뜻이죠.

그럼 짚신벌레에도 짝이 있을까요?

설마 짚신 벌레를 실제 곤충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니지요. 짚신벌레는 벌레는 아니고, 박테리아 즉 세균입니다. 그냥 짚신 모양이라는 점이 특이한 거지요.

하지만 짚신벌레는 아메바처럼, 이분법으로 증식합니다. 즉 자기 DNA를 복사한후, 자기 몸을 반으로 잘라서, 두마리가 되는 겁니다. 결국 DNA 자웅동체인셈이네요.

앞서 포스팅에서 자웅동체 관련 포스팅을 한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함 읽어보시면 재미있을 겁니다.

자웅동체, 남성, 여성, 그리고 …

자기 복제를 하는 놈이니, 짚신벌레는 짝이 없겠지요.

근데 요기서 재미있는 사실. 짚신벌레도 짝이 있답니다.

즉 짚신벌레중에 원판이 하두 많이 분열해서 늙었을 경우, 그때는 더이상 분열을 하지 않고 대신, 다른 적당히 새로 분열된 젊은 놈과 접합(다시말해 섹스)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늙은 원판은 적합한 짝을 찾으면 몸을 딱 붙입니다. 즉 그런 섹스?과정을 하면서, 각자 가진 소핵을 교환한다고 합니다. (원생동물은 대핵과 소핵 두가지 핵에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그렇게 젊은 놈과 섹스를 한 후에는 회춘이 된 건지, 또다시 이분법으로 무성생식을 시작한다는 거지요.

참 놀라운 현상입니다. 자연계에는 어떤 조건이든지, 짝을 찾긴 하는 거 같습니다.


얘기한 김에 짚신벌레보다는 훨씬 더 고등생물인 지렁이 예를 하나 더 들어볼께요.

지렁이도 암수한놈이지요, 자웅동체. 지렁이를 보고 암놈인지 숫놈인지 구분할 수 있는 사람 계신가요?

아마 없을 겁니다. 지렁이는 위 그림처럼, 난소와 정소 즉 자지와 보지를 둘다 가진 사방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짚신벌레처럼 혼자서 이분법으로 무성생식을 하는 걸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지렁이는 박테리아 같은 원핵생물이 아니라, 훨씬 더 정교히 진화된 동물(정확히는 환형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렁이는 항상 적당한 상대를 찾습니다. 둘다 암수한몸이니까, 이성을 찾는다고 하기는 그렇고… 명칭이 애매하군요. 야튼 상대를 찾아서 접근해서 몸을 부비부비하게 됩니다. 정확히는 몸쪽에 있는 홈을 통해, 서로가 가진 정자를 교환하는 방식입니다. 어찌보면 둘 다 남자 역할인데, 둘 다 정자를 받아 몸 안에 저장한다는 의미에서는 둘 다 암컷이기도 합니다. 둘 다 난소도 있어서 임신이 가능하므로, 난소에서 난자가 나오면, 정자랑 합쳐서 두 마리 모두 임신이 됩니다. 호 그러니까, 지렁이는 숫컷했다, 암컷했다 자유자재인 셈입니다.


아마도 궁금증이 생기셨을 것 같습니다. 자기 스스로 정자 난자가 있으면, 자기 안에서 수정하면 되지, 왜 다른 지렁이와 섹스를 하느냐고요. 지렁이의 정자는 자기 난소에서 나오는 난자와 수정하지 않게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자기 난자와 정자를 결합시킨다는 것은 결국 자기를 복제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며, 아마 다들 들어 보셨겠지만, 동일한 DNA 복제품은 생존에 불리하게 되기 때문에, 유전자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지렁이와 섹스를 통해 번식하는 겁니다.

짚신벌레와 지렁이를 보면, 더 고등의 생물일 수록 다른 개체와 DNA를 섞는 형식으로 진화한 셈입니다. 결국 단성생식보다는 양성생식이 생존에는 좋은 것이니까요.

그래서 인간도 동성동본 결혼을 금지한다고들 하지요.

물론 사랑이라는 것은 동성동본을 뛰어넘는 개념인지라… 제가 여기에 윤리를 적용하기는 그렇습니다. 그냥 진화적으로 가족간에 근친상간은 유전적으로 좀 문제가 있을 법하다는 사례로 하나 더 언급한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짚신도 짝이 있다 이 얘기에서 다른 주제로 살짝 빠졌었네요.

핵심은 누구나 섹스할 짝이 있습니다. 마음을 연다면 말이지요. 상대의 얼굴을 보고, 몸을 보고 너무 까다로우면 섹스할 짝이 없겠지만요.

어쩃든 우리의 섹스는 우리 진화의 본능적 활동입니다. 결코 딜도나 자위로만 만족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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