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바라봐… 정조대

영원히 너만을 사랑해 그러니 나만 사랑해줘

특히 너만을 사랑한다는 표현은 아름답고 달콤하지만, 스스로를 속이는 말이며. 소유욕의 발로라고 생각합니다. TED 강연자 헬렌피셔는 이런 에로스적 감정은 유효기간이 1년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효기간이 지나서도 다른 이성과 못하도록 정신적인 정조대를 채우는 것이 위의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정조대요. 중세에 정조대라는 것이 있었지요. 굉장히 남성우월주의적인 시각에서 고안된 장치인데요. 여성에게 이걸 채워서 다른 이성과는 섹스를 할 수 없도록 한 철제 팬티입니다. 요렇게 생겼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철로 되어 있고, 자물쇠로 잠글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오줌과 배설이 가능하도록 구멍이 있긴 한데, 아무래도 배뇨 배설 중에 변이 좀 묻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럴 경우, 철은 녹도 슬 것이고, 게다가 배변의 균이 생식기관으로 옮겨져 질병을 유발시키기에도 딱인것 같습니다. 참 얼마나 불편했을까요?

이런 여성과는 섹스할 엄두가 나지 않겠지요. 그래도 꼭 삽입이라도 해야겠다 하는 남자가 있다면, 아마도 보이는 것처럼 오줌구멍으로 다른 여성의 보지에 삽입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그것도 못하도록 오줌구멍에는 구멍 입구 가장자리를 톱니이빨처럼 날카롭게 만들어, 들어오는 자지가 찢어발겨지게 만들었습니다. 좀 무시무시하지요.

정조대는 남성들이 멀리 여행을 떠나거나, 전쟁을 가거나, 여성을 혼자 놔둬야 할 때, 사용했을 겁니다. 여기에는 여성을 못믿는 그런 정신이 남겨져 있습니다. 상호 믿음이 없이 억지를 강요하는 이상, 사실 그런 남성과의 섹스는 여성입장에서 그리 즐거울 거 같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야생에도 정조대를 채우는 수컷들이 있답니다.

아이다호 얼룩다람쥐 얘기를 해볼께요.

1년에 딱 3시간, 그것도 겨울잠에서 깨어난 그날, 오후 볕좋은 시간되면, 그 시간부터해서 딱 3시간만 섹스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암컷이 그때만 발정기이자 가임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컷은 정말 열심히 암컷을 찾고 섹스를 하려고 합니다. 얼른 자신에게 맞는 암컷을 찾은 후, 암컷 발정시간이 다 끝나기 전에 3~4회 정도 섹스를 하게 되는데, 그래봐야 걸리는 시간은 5분 내외라고 하니, 우리네 기준으로는 조루겠네요.

재미있는 점은 마지막으로 사정할 때 수컷은 젤라틴같은 끈적거리는 성분의 분비물을 암컷 질입구에 뿌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젤라틴 같은 점액은 시간이 흐르면 딱딱해집니다.

다른 수놈이 또 섹스를 하려고 해도, 막혀버린 보지에 자지를 넣을 수 없게 된거죠. 진화적으로는 1년에 한번뿐인 기회, 자신의 DNA를 번식하고자, 다른 누구에게도 암컷을 양보하지 않고자 정조대를 채우는 셈입니다.

너만을 사랑해, 그러니 나만 사랑해줘, 달콤하지만,

암컷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난감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모처럼 1년중 한번 오는 발정기, 아직 발정기가 끝나려면 두시간이나 남았는데, 초장부터 섹스를 한 놈이 정조대를 채웠으니, 스트레스가 쌓일 듯도 합니다.

그래서 일부 암컷은 이 젤라틴 정액이 굳은 정조대를 떼어내려고 시도하고, 결국 떼어내서, 다른 수놈이랑 또 섹스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역시 인위적인 정조대로 마음까지는 막을 수 없는 거 같네요.

그냥 영원을 약속하는 말은 크게 의미가 없을 거 같습니다. 지금 당신 만을 사랑하고 지금 당신이 최고다라는 표현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영원이라는 표현이 달콤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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