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꿈꿔보는 Orgy, 환각파티일까?

Orgy라는 말 알고 계신가요? Orgy는 Party의 좀 심한 버전 아니냐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네, 어찌 보면 그 해석도 맞겠네요. 하지만, 파티보다는 많이 심한, 그 파티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술이든 분위기든 그것에 취해서 모든 것을 풀어 해체시키는 형태의 파티입니다. 그래서 /환/각/파/티/라고도 하지요.

2018년 어쩌다 환각파티에 가게 된 청년 이야기 영화로 제목이 The Orgy입니다.

남성분들은 포르노를 하도 봐서, Orgy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겁니다.

100마디 말보다 한장의 이미지가 낫다고, 제가 아래에 포르노사이트의 orgy를 캡쳐해뒀습니다. 스크롤 내리시기 전에 미리 경고드립니다. 이런 이미지 싫어하시는 분은 요기서 스킵하시면 되겠습니다.

— 경고했으니, 스킵할 분 스킵 —

네 포르노사이트 porndig.com에서 카테고리란 중에 orgy를 선택한 화면입니다. 남녀 모여서 엉겨붙어 섹스를 하고 있네요. 물론 이게 정확히 orgy의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디선가 orgy는 파티와 섹스가 함께 엮이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 이걸 보고, 증오할 분도 있을 것이고, 한번 쯤 해보면 어떨까 상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두 해보진 않았지만, 판타지로는 가지고는 있습니다. (아마 평생 판타지로만 가지고 있을 거 같긴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Orgy의 기원과, 인류는 왜 저런 형태의 파티를 꿈꾸게 되었는지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Orgy는 그리스의 신 디오니소스(로마 신화에서는 바카스, 네 바로 그 박카스입니다)에서 나옵니다. 먼저 디오니소스 배경 얘기를 해볼께요.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와 테베의 공주 인간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입니다. 당연히 제우스 아내 헤라는 세멜레를 질투합니다. 그래서, 세멜레를 죽여버립니다 (세멜레는 인간으로 변한 제우스와 연애를 해왔었는데, 헤라는 세멜레의 유모로 변해서, 너가 제우스랑 연애하는데 진짜 그 사나이가 제우스 맞냐, 신의 모습을 보았냐 하면서 의심을 불어넣습니다. 결국 의심이 발동한 세멜레는 제우스를 졸라 소원을 들어달라고, 들어주겠다고 스틱스강에 맹세하라 하고, 세멜레에 빠진 바람둥이 제우스는 그날의 멋진 섹스를 위해, 오케이 하게 됩니다. 그러자, 세멜레는 인간이 아닌 원형의 제우스 모습을 보여달라고 합니다. 인간은 신을 보고 생존할 수 없는데… 스틱스 강에 한 맹세는 신이라도 그르칠 수 없으므로, 제우스는 신으로서의 본연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결국 신을 볼 수 없는 존재였던 인간 세멜레는 불타 죽게 됩니다.)

이때 세멜레가 디오니소스를 임신 중이었습니다. 제우스는 죽은 세멜레에게서 아기를 꺼내어 자신의 허벅지에 넣어 자라게 해서, 아기를 출생시킵니다. (그래서 디오니소스라는 말이 ‘두번 태어난자’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태어난 아기는 님프들(욕정의 여신들)에게 기르도록 맡깁니다.

헤라는 세멜레는 죽였지만, 여전히 그녀의 아들이 미워서, 디오니소스를 미치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러다 어찌 저찌해서, 디오니소스는 제정신을 차리게 되고, 아리스타에우스에게 농경기술을 배워, 포도나무를 기르고 포도주를 만드는 기술을 얻게 됩니다.

제우스 아들이자 반인반신인 디오니소스는 자신을 믿는 신도들(대부분 여성)로 종교를 만들고, 포도주를 통해 축제를 열게 되는데 이게 바로 Orgy입니다. 술과 함께 모든 걸 풀어헤치는 파티, 그러다 보니, 섹스가 함께 하지 않을 리가 없겠지요.

이제 Orgy는 너무 나도 인기를 얻게 됩니다. 덩달아, Orgy에 참여했던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모두 디오니소스를 숭배하게 됩니다.

당시 이 나라에 펜테우스라는 왕이 있었는데, 디오니소스 숭배가 급속도로 퍼지는 것을 보고 빡쳐서 이걸 금지합니다. 하지만 펜테우스 어머니인 아가베조차도 디오니소스교에 빠져있었지요.

급기야 이 여성광신도들은 또다시 포도주를 마시고 환각상태에서 펜테우스 왕을 들판으로 꼬셔내 죽였는데, 이때 그의 어머니 아가베가 그를 갈기갈기 찢어버렸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걸 보면, 디오니소스의 Orgy는 단순 술취함을 넘어, 정신이 나가버리고, 황홀경(엑스타시) 상태를 전제하는 파티로, 마약적 요소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한번쯤 환각처럼 자신을 놓아버리는 Orgy가 있어야, 제대로 돌아간다고 암시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전 절대 마약을 옹호하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펜테우스의 사건은 비극이고, 잘못된 사건이지요. 하지만 우리네 삶이란 게 항상 철저한 이성과 합리성으로만 돌아가는 게 아니지요. 가끔은 나를 놓고 긴장을 없애고, 풀어 헤쳤을때, 새로운 삶의 원동력과 영감이 솟는 다고 생각합니다. 섹스는 그런 면에서 나름 둘 만의 orgy처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술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두 사람 서로에 취해서, 체면 치레, 바른 생활, 일반 사람들이 말하는 윤리 등은 벗어 버리고 둘만의 절정을 위해 달려야 한다는 겁니다.


로마에는 기독교가 국교가 되기 전까지, 즉 3세기까지도 디오니소스를 기리는 축제, 바카날리아(디오니소스 로마식 이름이 바카스여서)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로마에서 대단히 성행한 축제였다고 합니다. 여기서도 종교적 ‘황홀경’을 동반했다고 합니다.

디오니소스 숭배자들은 자주 종교적 열광 상태에 빠져서, 노래, 술, 춤을 추면서 무아지경에 빠져들면, 마법적 힘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 힘 덕에 동물을 산 채로 갈기갈기 찢어 뜯어먹고, 피를 마시는 일까지 했다지요. 이런 행위는 디오니소스가 불 속에 타죽었다가, 살아나고, 미쳤다가, 돌아온 일을 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신성을 직접 자신의 몸에 체화시켜 받아들이는 의식이였던 거지요. 이걸 그냥 숲 이나 들판처럼 야외에서 주기적으로 했다고 합니다.

광기와 잔인함 때문에 이게 뭔가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철학자들은 이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디오니소스의 orgy는, 깨달음이라는 게 일상의 평범함, 인간적 조건의 한계를 벗어 던질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는 역할이었다고..” 다시말해, 익히고 데운 요리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동물처럼 날고기를 먹음으로써 ‘야생’의 상태로 돌아가서, 인간이라는 조건과 한계를 거부하고 초월하는 체험을 하라는 것이었다고요.

그런 야생으로 돌아가는 측면에서 섹스할때, 가끔은 SM을 가볍게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SM 그쪽은 아닌 거 같긴 합니다. 다만 재미로 이따금 상대가 괜찮다고 하는 수준에서 S가 되보기도 하고, M이 되보기도 해봤습니다. 아니면 상대가 원할때는 롤플레이로 강간을 하듯 해보기도 했는데, 그것도 나름 섹스생활에 감초가 됩니다.


로마에는 디오니스소스 orgy와 비슷한 또다른 축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12월 17일부터 1주일간 열리는 사투르날리아(Saturnalia) 축제입니다. 농업의 신 새턴 즉 사투른(Saturn or Saturnus)을 위한 축제입니다. 이때도 7일밤낮으로 남녀들이 같은 식탁에서 먹고 마시고 같은 침대에서 잠니다. 완벽한 자유연애이자 난교인 셈이죠.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크리스마스 날짜가 이 사투르날리아에서 왔다는 것이랍니다. 12월 17일부터 1주일인데, 계산해보면, 딱 크리스마스 날이 되지요. 사실 예수 탄생일은, 베틀레헴(한국과 위도가 비슷한 이스라엘 지역입니다)으로 마굿간에서 애를 날 정도이고, 이 밤에 3명의 동방선지자가 말을 타고 와서 방문할 정도면 적어도 겨울은 아닌 거지요. 학자들은 4~5월중이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필 12월 25일이 예수 탄생일이 된 것은,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화하면서, 예수 탄생일을 기념하되, 절묘하게 자기네 축제일을 배치시키는 방식으로 타협을 했다는 겁니다. 역시 우리네 인생은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게 되어 있나 보네요.

넘 글이 길어졌네요.

한줄요약: Orgy의 정신으로 섹스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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